“AI가 그린 이미지는 예쁘지만, 설계 도면으로는 못 씁니다.”
불과 작년까지 엔지니어들이 생성형 AI를 보며 했던 말입니다. 미드저니(Midjourney)가 아무리 화려한 미래 도시나 자동차 컨셉을 그려내도, 그것은 비트맵(Bitmap) 이미지일 뿐 치수도, 구조도 없는 ‘그림’이었으니까요.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필요한 건 시공과 가공이 가능한 데이터(Data)입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AU) 2025에서 공개된 기술들은 이 비웃음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오늘은 AU 2025의 핵심인 Project Bernini(Neural CAD)와 Forma를 통해, 모델링(Modeling)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Drawing에서 Defining으로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제조업(MFG) 엔지니어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분석해 봅니다.
Neural CAD: 픽셀이 아니라 ‘복셀’을 다루다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AI CAD라고 해봤자, 기존 3D 모델링 툴에 챗봇 하나 붙인 거 아니냐?”라고요. 하지만 오토데스크 리서치가 공개한 Project Bernini의 핵심 기술인 Implicit Representations(암시적 표현)을 이해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비트맵(Mesh) vs 벡터(Implicit)
가장 쉬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차이가 왜 무서울까요? Neural CAD가 생성한 형상은 아무리 확대해도 곡면이 깨지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CAD로 가져와서 구멍을 뚫거나(Extrude Cut), 모서리를 필렛(Fillet) 처리하는 파라메트릭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즉, AI가 ‘영감’만 주는 게 아니라, 실제 작업 가능한 초안 데이터를 던져주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File-based에서 Data-based로: ‘상호 운용성’의 재정의
U 2025의 또 다른 핵심 화두는 Granular Data(입자형 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관리의 혁신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Autodesk Forma와 Data Exchange 기술입니다.
파일(File)을 던지는 시대에서, 데이터(Data)를 연결하는 시대로 기존의 협업 방식은 거대한 .rvt나 .stp 파일을 통째로 주고받는 ‘파일 전송(File Transfer)’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버전 불일치와 데이터 무결성(Integrity) 훼손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utodesk가 지향하는 새로운 아키텍처는 다르다고 합니다.
즉, 단일 소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이 구현됨에 따라, 엔지니어는 포맷 호환성을 걱정할 필요 없이 설계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제조업(MFG) 엔지니어가 주목해야 할 것
“Forma는 건축용 툴이잖아?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는 건축(AEC) 시장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토데스크는 제조(MFG) 분야에서도 동일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Fusion Industry Cloud가 있습니다.
Fusion Industry Cloud가 그리는 청사진
이러한 움직임은 Fusion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아직 Fusion이 Forma의 데이터 모델을 완벽하게 이식하여 상용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오토데스크가 그리는 미래의 제조업 모델링 환경은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Ansys Discovery의 ‘실시간성’을 지향하다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Ansys Discovery는 모델링과 동시에 해석 결과가 나오는 혁신적인 UX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Fusion Industry Cloud가 지향하는 미래도 이와 매우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무기는 ‘Data Exchange’와의 결합
하지만 오토데스크의 전략이 무서운 점은 단순한 ‘실시간 해석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Autodesk의 방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Data Exchange Connector를 통해 하나로 묶였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일 것 같은데요.
Fusion: 올인원 플랫폼의 잠재력 폭발
우선 Fusion 자체를 봅시다. Fusion은 이미 설계(CAD), 제조(CAM), 해석(CAE)이 하나의 툴 안에 통합된 플랫폼입니다. 여기에 Forma의 데이터 모델이 적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설계자가 형상을 1mm 수정하는 순간, 별도의 모듈 로딩이나 파일 변환 없이 가공 툴패스(CAM)가 자동으로 재생성되고, 안전율(CAE) 검증이 실시간으로 완료되는, 진정한 의미의 단절 없는(Seamless) 워크플로우가 완성됩니다.
파편화된 툴체인의 통합
더 나아가, 오토데스크 내의 다양한 이종 툴들이 Fusion을 중심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같은 오토데스크 제품끼리도 파일을 변환(Import/Export)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었지만, Data Exchange 기술은 이 벽을 허물어버립니다. 즉, Fusion의 강력한 자체 기능(CAD/CAM/CAE)과 Autodesk의 다양한 툴체인이 실시간 데이터로 동기화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Fusion Industry Cloud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Drafter에서 Curator로
도구의 진화는 엔지니어의 역할 변화를 강요합니다. 과거 우리의 시간이 선을 긋고 면을 만드는(Drawing) 데 80% 쓰였다면, 앞으로는 조건을 정의하고 최적안을 선택하는(Curating) 데 그 시간을 써야 합니다.
각종 AI들이 우리의 삶에 빠르게 녹아들었듯, 이 또한 먼 미래가 아닌 듯 한데요.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모델링 업무를 어떻게 AI에게 넘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학적 상상력이지 않을까 합니.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CAx의 최신 트렌드와 심층 분석을 놓치고 싶지 않으시다면, 지금 바로 [멤버십 가입]과 [뉴스레터 신청]을 하고 이거 DAM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컨텐츠와 정보를 받아보세요.

중소 제조사 CAM 도입, MasterCAM만이 유일한 정답일까?
50인 미만 제조 중소기업을 위한 2D CAD 생존 전략: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현실적 가이드
숙련공의 노하우를 데이터로 — AI 기반 자율 가공 소프트웨어
Ansys 설계에서 제조까지, AI와 SaaS가 만드는 엔지니어링
ZW3D 리본 메뉴 실종 및 오류, ‘초기화’로 1분 만에 해결하기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보여준 제조업의 미래
설계 엔지니어를 위한 AI 렌더링 혁명
정품 사용자도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은 어떻게 되는 걸까?
수정 가능한 설계를 위한 3가지 절대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