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AutoCAD·우리는 대안 CAD — DWG 납품 호환

대안 CAD로 전환한 다음 주, 협력사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보내주신 도면이 좀 이상한데요. 글자가 다 깨져서 보입니다.” 분명 우리 화면에서는 멀쩡하게 열리던 도면입니다. 전환을 결정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바로 그 장면이 현실이 된 셈입니다.

협력사 전화를 받으며 도면을 확인하는 설계 담당자
납품 도면이 협력사 화면에서 다르게 열렸다는 전화는 전환 직후 가장 흔한 장면입니다.

납품 DWG가 이상하게 열렸다는 협력사 전화

전환 직후 걸려오는 전화는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 치수 숫자나 주기 텍스트가 네모 상자나 엉뚱한 폰트로 깨져 보인다는 신고입니다.
둘째, 같은 도면인데 선 두께와 선 종류가 우리 출력물과 다르게 나온다는 신고입니다.
셋째, 도면 일부가 통째로 빈 자리로 비어 있다는 신고입니다.

전환을 검토하는 결정권자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도 여기서 나옵니다. “우리가 대안 CAD를 써도, 협력사 AutoCAD에서 제대로 열리나요?” 이 질문은 전환의 마지막 관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 문제는 DWG 포맷 비호환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현상은 DWG 파일 포맷이 호환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DWG 포맷은 버전 코드로 관리됩니다. AutoCAD 2018 이후 세대가 쓰는 AC1032, 그 이전 세대가 쓰는 AC1027 같은 저장 버전은 대안 CAD에서도 동일하게 읽고 쓸 수 있습니다. 포맷 자체의 읽기·쓰기 호환은 이미 해결된 영역입니다.

실제 원인은 파일 포맷이 아니라 납품 꾸러미를 구성하는 절차에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도면이 쓰는 폰트 파일을 함께 보내지 않았거나, 외부 참조로 붙인 도면의 경로가 끊겼거나, 출력 표현을 결정하는 플롯 스타일 파일이 빠진 경우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세 가지가 AutoCAD 사용자끼리 주고받을 때도 똑같이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절차를 빠뜨리면 AutoCAD에서 AutoCAD로 보내도 글자가 깨집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특정 소프트웨어의 결함도, 특정 담당자의 부주의도 아니라, 납품 절차가 표준화되지 않아 생기는 운영 문제입니다.

전환 검토 기업이 호환성을 우려하는 배경

그렇다면 왜 이 호환성 걱정이 전환의 발목을 잡을까요. 배경에는 시장 변화와 비용이 동시에 있습니다.

한국 2D CAD 시장에서 대안 CAD의 합산 점유율은 2024년 41.25%까지 올라, 2019년에 견줘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제 대안 CAD는 일부 회사의 실험이 아니라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41.25%2024년 대안 CAD 합산 점유율2019년 대비 2배↑

여기에는 라이선스 정책 변화도 영향을 줬습니다. 2023년 AutoCAD 네트워크 라이선스의 갱신 판매가 종료된 이후(2023년 자료 기준), 여러 대를 함께 쓰던 환경을 유지하던 회사들이 비용 구조를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구독료와 영구 라이선스의 누적 비용 차이는 소규모 제조사일수록 체감이 큽니다.

다만 전환을 검토하는 회사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걱정은 가격이 아니라 바로 이 도면 호환성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이 우려의 실체는 포맷이 아니라 납품 절차입니다. 즉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운영 과제라는 뜻입니다.

납품 패키지 문제 1: 폰트(SHX) 파일 미동봉

첫 번째 원인은 폰트입니다. CAD 도면은 두 종류의 폰트를 씁니다. 하나는 윈도우에 기본 설치되는 TTF 폰트이고, 다른 하나는 CAD 전용 벡터 폰트인 SHX 폰트입니다.

SHX 폰트는 도면 안에 글자 모양이 통째로 저장되는 방식이 아니라, 글자를 그리는 규칙만 참조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받는 쪽 PC에 같은 SHX 파일이 없으면 ‘Substituting font’ 경고와 함께 다른 폰트로 대체되어 그려집니다. 치수선 숫자나 주기 텍스트가 엉뚱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도면 판독성이 떨어지는 것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납품할 때 도면이 참조하는 SHX 파일을 함께 동봉하는 방법이 있고, 사내 표준 폰트를 TTF로 통일해 장기적으로 의존성을 없애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장은 동봉이 빠르지만, 협력사가 여럿이라면 TTF 표준화가 관리 부담을 더 크게 줄여 줍니다.

납품 패키지 문제 2: 외부 참조(XREF) 경로와 플롯 스타일

두 번째 원인은 외부 참조, 곧 XREF입니다. 큰 도면을 여러 파일로 나눠 작업할 때, 한 도면에 다른 도면을 참조로 붙여 두는 방식입니다. 이때 ATTACH로 붙인 참조는 파일 경로를 기억하는데, 협력사의 폴더 구조가 우리와 다르면 그 경로가 끊겨 참조 영역이 빈 자리로 뜹니다.

이 경로 문제를 푸는 처리 방식이 두 가지입니다. BIND는 외부 참조를 본 도면 안으로 내재화하면서, 레이어 이름 앞에 원본 도면 이름을 접두어로 붙여 보존합니다. 반면 INSERT는 레이어를 그대로 병합해 버려서, 이름이 같은 레이어끼리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납품용이라면 원본 구조를 지키는 BIND가 더 안전합니다.

여기에 플롯 스타일까지 겹칩니다. 같은 DWG라도 CTB나 STB 같은 플롯 스타일 파일이 빠지면, 선 두께와 선 종류가 우리 화면과 다르게 출력됩니다. 협력사가 “선이 다 똑같이 굵게 나온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개 이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묶어 주는 기능이 eTransmit입니다. eTransmit는 본 도면과 관련 파일을 하나의 꾸러미로 모아 주는 표준 워크플로로, 빠뜨리는 파일 없이 납품 패키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eTransmit가 한 번에 모아 주는 파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 도면 파일
  • 외부 참조(XREF)로 붙인 도면
  • 도면이 참조하는 SHX·TTF 폰트
  • CTB·STB 플롯 스타일 파일

대안 CAD에도 같은 역할을 하는 패키징 기능이 들어 있으니, 전환 이후에도 동일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납품 표준화 체크리스트: 전환 이후 운영 매뉴얼

이제 이 절차들을 매번 기억에 의존하지 않도록, 납품 표준으로 고정할 차례입니다. 특정 담당자가 잘 챙기느냐 마느냐에 맡기면, 그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같은 사고가 되풀이됩니다.

DWG 저장 버전 확인·합의SHX 폰트 동봉 또는 TTF 전환XREF BIND 처리CTB/STB 플롯 스타일 동봉eTransmit 패키징 후 납품

먼저 협력사별로 DWG 저장 버전을 합의하고(AC1027 또는 AC1032) 그 값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사내 표준 폰트 세트는 공유 디렉토리에 모아 두면, 신규 담당자가 들어와도 즉시 같은 기준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납품 직전에는 다음 다섯 가지를 self-check로 확인합니다.

  • DWG 저장 버전을 협력사와 합의한 값으로 맞췄는가
  • 도면이 참조하는 SHX 폰트를 동봉했거나 TTF로 통일했는가
  • XREF를 BIND로 내재화했는가
  • CTB 또는 STB 플롯 스타일 파일을 함께 넣었는가
  • 레이어 이름이 사내 표준을 따르는가

이 다섯 항목을 통과한 뒤 eTransmit 또는 대안 CAD의 동등한 패키징 기능으로 묶어 보내는 흐름을, 표준 납품 워크플로로 고정하면 됩니다. 한 번 정착시키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품질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정리: 호환성 우려를 넘어 전환 결정으로

  • DWG 파일 포맷 호환은 이미 해결된 문제이고, 남은 과제는 납품 절차의 표준화입니다.
  • 글자 깨짐·선 두께·빈 자리라는 세 가지 신고는 폰트·XREF·플롯 스타일 절차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 eTransmit 같은 패키징을 표준 워크플로로 고정하면 같은 사고가 크게 줄어듭니다.
  • 표준화는 1~2주 남짓의 운영 작업으로, 소프트웨어 교체보다 먼저 자리잡아야 할 일입니다.

납품 self-check 다섯 항목을 팀 공유 문서로 만들어, 다음 납품부터 결재선에 한 번 더 끼워 보세요. 라이선스 비용 절감과 협력사 납품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가장 빠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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